여행/제주

제주 :: 용두암 / 용연구름다리 / 용연계곡

2020. 09. 28. (월)


  9월 초에 충동적으로 휴학을 했다. 쉬어 가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삶이 좋은데, 목표가 없으니 방황하게 되고, 방황은 불안을 낳고, 점점 무기력해져갔다. 코로나 블루의 영향도 있을 거다. 그래서 잠시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없는 상태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

 

  그래서 제주에 가기로 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 있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무기력에 헤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갈 수는 없고 숙식은 해결해야 하니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해보는게 딱 맞는 처방일 거라 생각했다.

 

  며칠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를 들락날락 거리면서 공고들을 쭉 둘러봤다. 그러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게하에서 신규 스텝 모집 공고글을 올렸길래 바로 지원했고 붙었다. 그리고 바로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정말 오랜만에 탄 비행기. 1시간 비행이 정말 순식간이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저 안에서 정말 설렘&불안 가득했었다. 하늘은 이렇게 맑은데, 내 마음만 우중충하고 애매한 느낌.

 

  제주도를 자주 오긴 했었는데, 기억에 남아있는 관광지나 인상은 거의 없다. 내가 직접 조사하고 계획해서 다녔던 게 아니어서 그런 듯하다. 이번에는 혼자 왔으니까 제대로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는 게 목표다. 잘 즐기다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 10시 즈음에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웬 고양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울기 시작했다. 자기도 게하 안으로 들어가야 하니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한 거였다. 이 고양이는 우리 게하의 마스코트이자 사실상 주인인 그런 존해였다.

 

  들어가서는 스텝분들이랑 인사도 나누고, 같이 점심도 먹었다. (하필 제주도에서 먹은 첫끼가 인생 최악의 짜장면이었지만...) 그리고 오늘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라길래 잠시 눈 붙였다가 게하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용두암

  게하에서 도보 20분 정도 거리에 있던 용두암.

  용 머리 모양의 큰 바위였다. 옆에서 보는 것보다는 약간 뒤쪽 대각선에서 봐줘야 사납고 용맹해보인다. 너무 큰 기대를 갖고 볼 만한 바위는 아니다. 그냥 할 일 없으면 잠시 들르기 좋은 정도.

 

  졔랑 여기서 한 시간 정도 통화했다. 이런 저런 얘기하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용연구름다리

  용두암 바로 옆에 용연구름다리가 있는데 흔들 다리다. 다리 위에서 바다와 계곡이 만나는 지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시작되는 계곡이 용연 계곡이다.


용연 계곡

  물 색이 탁한 애매랄드 색이다. 양 옆에 쌓여있는 돌 때문인지 굉장히 웅장해 보였다.

 

  새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용연 계곡을 따라 산책길이 있는데 가볍게 걷기 좋다. 날씨가 좋은 덕에 아무런 잡생각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참고로 이날 날씨가 미쳤었다. 한달살이 시기는 정말 잘 잡은 것 같다.

 

  게하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강아지. 목줄은 없었고 계속 차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5분 정도 놀아아주고 떠나려니까, 한 20m정도 계속 따라왔다. 그 뒤로는 안 쫖아오든데 주인이 있는 아이이길 바란다.

 

  내일은 교육날이다. 먹고 자려면 일도 해야지ㅎㅎ^_^


2020. 09. 28.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