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2년 6월 1주 일상

후유증

  영화를 찍은 후 1주일 간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피로도 피로인데, 두통도 있었고 목도 아팠다. 혹시 몰라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왔는데 다행히 음성이 떴다. 의사쌤이 목이 심하게 부었다며 PCR 받아보라고 권유하시긴 했는데, 가지는 않았다. 

 

  여러 잡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한 달여간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너무 많은 일들을 보고 겪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는지 참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고민 중이다. 내가 선의로 한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고, 내가 A에게 했던 말이 B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정말 괴롭게 만든다. 아무에게도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원망스럽다.

 

  큰 사람이 되려면 떠안아야 하는 게 정말 많구나를 제대로 깨달은 것 같다. 가끔은 억울한 부분도 꾹 참고 눈 감고 넘어가야 하고, 불안감과 두려움을 애써 감추면서 굳건한 척 연기해야 할 필요도 있고, 공과 사의 경계에서 무섭도록 냉정해질 필요도 있고, 싫은 사람 앞에서 억지 웃음 장착하며 비위 맞춰줘야 할 때도 있고, 정답이랄 게 없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효율적이고 모두에게 이로운 것인지 재빠르게 계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머리 깨지는 줄 알았다. 우리 엄마는 이걸 어떻게 다 견뎌낸 거지. 정말 존경스럽다.

 

  금요일에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나 피곤해서 수업 이틀 다 안 갔어"라고 하니, 엄마가 "드디어 우리 한나가 엄마가 원하는 인간형이 되었군"이라고 대답해줬다. 난 참 좋은 엄마를 둔 것 같다.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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