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1년 12월 1주 일상

학교 수업 주저리 ① 기획개발 수업

  저번 주에 연기한 작품이 나왔다. 하하하. 할말하않.

 

  시나리오가 약간 발전했다. 새벽에 다른 사람에게 받은 피드백 되내면서 몇 시간씩 고민하니 '번뜩이듯' 생각이 났다. 창작은 이래서 싫다. 공부는 점진적으로/시간 투자하는 만큼 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건 몇 십 시간을 생각해도 안 떠오르는 게, 어느 순간에는 불현듯 떠오르곤 하니까. 인풋과 아웃풋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학교 수업 주저리 ② 다큐멘터리 수업

  다큐는 정말.... 하... SD카드 잃어버리고, 질문지 프린트 해놓고 안 보고, 찍어놓은 영상 못 찾고...ㅎ 혼란의 일주일이었다. 가편집도 하고... (물론 완성 못해서 제출 못함ㅋㅋ) 진짜 한숨 뿐이다.

  장위동 사진관님과 장위동 이층집님을 만났다. 어쩜 이리들 마음이 잘 통하는지. 작품을 꼭 잘 완성해야하는 이유이신 분들이다. 나의 동네, 그리고 그 동네 사람들. 어깨가 한 층 무거워지는군.

 

  장위뉴타운 입주민분들도 만났다. 한 분은 자기 딸도 방송국 작가라고, 이런 거 찍는 거 사람 구하기 힘든 거 다 안다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내가 기프티콘 보내드리려고 하자 어깨를 두들겨 주시면서 이런 거 필요 없다고 그냥 가라고 보내주셨다.

 

  다른 한 분은 20대 후반 대학생이셨는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놀랐다. 집에서 촬영하게 된 덕분에(?) 뉴타운 아파트 안으로 처음 들어가봤다. 과자도 주시고, 귤고 주시고. 나도 누텔라go 드렸다. 서로 "주시면 사양은 안 할게요~" 이러면서 놀고ㅋㅋ. 그리고 자기 집에서 찍어갈 거 있느면 다 찍어가라며 이 방 저 방 다 들여주셨다. 카메라 삼각대 올리는 거 도와주시고. 정말 감동이었다. 심심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하셨지만, 소중한 시간과 공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어느 날은 인터뷰 촬영한 영상이 날아간 줄 알고 호들갑 떨었었는데...ㅎ...ㅎ...ㅎ 내가 잘못 본 거였다. 팀원들까지 놀래켜서 미안ㅋㅋㅋㅋㅋ

  그래도 다큐 찍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 게,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로부터 과분한 응원과 위로를 받았다. 불안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행복하다. 나도 이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다.

 

  잘 놀려주는 후배님도 있고ㅋㅋ. 우리 마지막까지 "같이" 잘 해보자고요ㅎ...ㅎ... ㅎ...


학교 수업 주저리 ③ 사운드 편집 수업

  다큐 파일들 정리하다가 사운드 편집 수업 파일도 삭제하는 바람에, 진짜 식겁했었다. 제발... 더 이상 날 방해하는 사고들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사고를 내가 만들지를 말아야 하는데. (생각해보니 다 내가 치는 사고들이었음)

 

  교수님 진짜 감사드립니다,,, 너무 너무.


학교 수업 주저리 ④ 그 외 포기한 수업들

 이번 학기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좀 비우고, 내려놓고, 포기하는 법 좀 배워", "어떻게 다 잘 해" 이 말이 뼛 속까지 와닿고 실제로 실천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이제 몇몇 수업은 포기했다. 다 챙기려다 내가 죽을 것 같았다. 

 

- 영화 미학 입문 : 시험 공부는 전 날 그냥 ppt 읽는 걸로 끝낼 생각이고, 4 페이지 짜리 보고서는 개소리만 주구장창 늘려서 3시간 안에 해치웠다.

 

- 한국 문화 교육 실습 : 다음 주에 20분 발표가 있는데, 이틀 만에 준비 다 끝냈다. 기존에 작업했던 걸 재탕하기로 했고, 발표할 때 영상 소스를 많이 활용할 생각이다. 정성은 안 쏟으려고 ppt는 진짜 아무 것도 안 꾸몄다. 애니메이션도 포기.

 

- 포스트 프로덕션 : 수업 안 듣는 중. 다큐멘터리 시사 끝나면 듣게 다 틀어만 놓고 있다.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이거 들을 시간이 정말 없다.

 

- 현대 사회와 법 : 마찬가지로 틀어만 놓는 중. 어차피 과제 마감 기한이 좀 넉넉할 것 같아서 지금은 무한 연기 중.

 

- 레저 스포츠 : 내가 춤을 잘 따서 천만 다행이야... 30분 수업 중, 동작 설명하는 10~20초만 핸드폰으로 녹화해두고 있고, 나중에 기말 제출할 때 영상 보고 혼자 따면 된다. 이 수업은 애초에 걱정한 적이 없다ㅎㅎ.

 

  기말 시험 멈춰! 기말 과제 멈춰! 제발 그만 진짜 미치겠어.


이안 작가님은 참 멋진 사람이야

  다큐멘터리 인터뷰이로 모신 이안 작가님. 큰 실례를 저지른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던 항상 감사한 분.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밥 한번 같이 먹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두 시간 동안 노닥거리면서 일부러 다큐 얘기나 동네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일적으로 만나려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이길 바랐다. 덕분에 작가님 블로그 얘기, 사회와 법 이야기, 사람 이야기, 연애 이야기까지 재밌고 풍성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고, 진심 어린 조언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참 주체적이고 멋있는 사람이다.

 

  나눴던 대화 중 까먹고 싶지 않은 얘기는 단연 법 이야기. ① 어떤 국가든 시기든, 특정 사회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그 곳의 '법'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② 좋은 법은 한 번 제정된 후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수정되는 법이다. ③ 가장 최후에/나중에 반영되는 것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그 만큼 더 신중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지 않을까.


건강은 최악

  매일 2~3시간씩 자니 피부 뒤집어져서 이마에 스티커를 15개씩 붙이고 다니고 있고. 손톱 발톱은 다 뜯어서 피가 철철 나니 밴드로 20개를 다 감아버렸고. 생리는 1주 했다가 1주 쉬었다가를 2달 째 반복하고 있고. 10월에는 입맛이 뚝 떨어져서 살이 빠졌었더라면, 요즘에는 매일 누텔라go를 먹느라 살이 디룩디룩 찌고 있다. 생활 루틴이라는 게 사라졌다. 정말 안 좋은 거 아는데, 어쩔 수가 없다. 종강 후에 빠르게 바로 잡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걱정.


엄마와 내가 노는 방법

  편의점에서 누텔라go가 행사를 하길래 8개를 왕창 사왔다. 엄마가 보더니 이거 다 먹으면 돼지 되겠다며, 우리 집 곳곳에 숨겨 놓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하루에 한 개씩 위치를 공개할 테니, 폭식하지 말고 시간 차를 두고 먹으라고 했다. 내가 "엄마 근데 그거 다 어디에 숨겨놨는지 기억은 할 수 있어?" 물으니, 다 사진 찍어둘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렇게 누테라go들의 숨바꼭질이 진행되고, 밤에 엄마가 자러 들어가자 나는 엄마 서재로 향했다. 거기에 엄마 아이패드가 있으니까. 엄마 기기들을 다 연동이 돼 있어서, 엄마가 폰으로 찍어놓은 사진들은 아이패드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아이패드를 여니, 누텔라go들이 숨겨져 있는 위치들이 다 떴고ㅎ... 나는 하나씩 하나씩 찾아 먹었다. 엄마는 아마 자기가 누텔라go들을 꽁꽁 숨겨놨다는 생각에 안심하며 꿀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먹고 나서의 흔적들을 굳이 부엌에 전시해두는 편이다. 엄마의 반응이 기대된다.

 

  우리는 이러고 논다. 삶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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