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2년 2월 3주 일상

'나', '삶'에 대한 즉석 인터뷰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던 중에 누가 말을 걸었다. 자기가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데 간단한 설문조사하러 나왔다고, 좀 도와줄 수 있겠냐고. 사이비들의 전형적인 접근 방법이기는 한데, 내가 거절을 잘 못해서 일단 들어나보고 나중에 개인정보 물어보면 튀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응했다. 아래는 우리가 나눈 질문과 대답들.

 

  Q.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보자면?

  A. 저는 8점 정도?

  Q. 오? 되게 높으시네요? 어떤 부분에 만족하세요?

  A. 어떤 부분? 뭐 특별이 어떤 부분에 만족한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큰 탈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점에 감사해요.

  Q. 2점을 깎은 이유는 있나요?

  A. 그것도 어떤 부분이 불만족스러워서 깎은 건 아니고. 그냥.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Q. 그럼 현재의 삶 말고, 본인에 대해서는 만족하시나요?

  A. 네

  Q. 어떤 부분이 좋으세요?

  A. 어떤 부분이라는 건 딱히 없고, 그냥 제가 저 자신에 대해 만족하는 것 같아요. 

  Q. 그럼 본인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심신건강이요.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계속 찾아가고 실행하는 그런 추진력?

  Q. 그럼 본인의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남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 얘기해준 것도 금방금방 까먹고 그래요.

  Q.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 네~

 

  얘기가 끝나자마자 그 분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떠나셨다. 다행이었다. 즉석 문답이었는데 별 고민없이 저런 대답들이 튀어나온 걸 보면, 내 무의식에서 끄집어냈을 정도로 진솔한 답변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여러 책들을 읽다가 떠오른 일화/생각들

  1.

 

  버스에서 잠깐 정산할 게 있어서, 친구에게 계산기 좀 틀어서 내가 숫자를 불러줄 테니 간단한 연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구는 '아 잠깐만 기다려!'하더니, 외투 소매를 걷어올리고 팔을 들어올려 손목에 찬 애플워치에서 계산기를 실행했다. 세 자리 수 덧셈과 뺄셈을 불러줬는데, 계속 버벅거렸다. 그럴 수 밖에. 애플워치 화면도 작은데, 계산기 속 숫자키는 얼마나 더 작겠어. 몇 번 계속 '잠시만, 잠시만'하며 잘못 누른 버튼을 지웠다가 다시 숫자를 입력했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전체 초기화를 누르는 실수까지 저지르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불러줬던 기억이 난다.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는 게 더 빠르고, 간단했을 것이다. 애플워치를 사용하고자 번거로운 수고를 굳이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거 볼 때 분명 손목도 아플 텐데.

 

  2.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불안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엄마랑 얘기하며 안도감을 되찾고는 한다. 왜냐하면 엄마랑 나의 가치관이나 신념들이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공통된 의견들이 세상이 제시하는 '일반적 견해'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아 내가 이상하거나 별난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덧붙히자면 사람들은 공부하면서 얻는 것보다 놀면서 얻는 것이 더 많고 유익하기까지 한다는 생각이나, 일부일처제는 사회 안정을 위한 강제적인 제도일 뿐이지 인간의 본성은 철저히 무시한 말도 안되는 제도라고 주장하는 둥.

  우리 집 저녁의 부엌 풍경은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과 유사하다. 아주 심오한 철학적 얘기부터, 말도 안되는 사망토론까지 별 얘기가 다 나온다. 하지만 그 중 쓸모없는 얘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 우리 가족이 너무 좋다.

 

  3.

 

  백문불여일견이다. 이렇게 좋은 책이나 이야기를 접해도, 스스로 체감/경험하지 못하면 그저 '잔소리' 혹은 '위선'에 불과할 뿐이다.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저 꼰대질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발렌타인데이!

  학원 사람들 다들 너무 따숩다. 근데 지금은 못 먹어서 너무 슬프다. 잘 보관해뒀다가 반 년 뒤에 먹어야지.


그릭요거트를 만들어보았다.

  가 스타벅스에서 사다 준 그릭요거트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집에서 직접 한번 만들어봤다. 무려 1L 의 대량의 우유와 하루가 넘는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요거트는 사 먹어야지'인 걸로


키토제닉 다이어트 제법 잘 하는 중

  이번 주 최대의 관심사(?) 키토제닉. 순탄수화물 섭취를 20g로 제한했더니, 키토시스 상태로 제법 빨리 들어온 것 같다. 별로 괴롭지 않아서 좋다. 학기 중에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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