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

제주 :: 우도 / 코코나라 / 우도해녀식당 / 하고수동 해수욕장 / 비양도 / 지미스 / 우도등대 / 소머리오름 / 검멀레해변 / 동굴보트 / 안녕육지사람 / 우무

2020. 10. 05. (월)


우도

  오늘은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했다. 6시 15분 즈음 게하를 나워서 9시에 우도행 배에 올랐다.

  우도를 뿌시기로 마음 먹은 날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입도했다.

 

  이른 배편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었다.

 

  도착!


코코나라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전기자전거를 대여하기로 했다. 우도에 내리게 되면 바로 앞에 렌트샵이 많은데, 대부분의 샵은 단체 손님만을 반겼다. 내가 다가가서 대여비 등을 물으니 퉁명스럽게 대답하거나, 고기를 젓는 등 무성의하게 응대했다. 그런 곳에선 대여하고 싶지 않아서 여러 군데를 둘러보게 됐고, 조금 안쪽에 있는 코코나라 렌트샵을 발견했다. 여기 주인 아주머님은 나를 친절하게 맞아주셨다ㅠㅠ. 우도 둘러볼 때 팁도 알려주시고, 사용법도 꼼꼼히 설명해주셨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 도로를 따라 쭈욱 달리는데 바다뷰가 너무 예뻤다. 아침 바람이 쎄서 처음엔 추웠는데, 오후에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달리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바다 외에 그닥 인상 깊었던 볼거리는 없었다. 하트 모양으로 늘어선 돌들? 쓰러져 가는 화장실??


우도해녀식당

  아침 먹으로 우도해녀식당에 갔다. 내가 첫 손님이었다.

 

  원래 칼국수는 2인분 이상 주문인데 (메뉴판 사진 보고 이제야 알았다...) 그때 주인분이 아무 말 없이 1인분을 해주셨다. 바쁘지 않은 시간대여서 그래주셨다보다. 아님 혼자 온 젊은이에 대한 배려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되게 감사하다. 양은 푸짐했고,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볼 게 인어 동상이랑 해녀 동상 밖에 없어서 실망스러웠던 하수고동 해수욕장.


비양도

  비양도는 섬 속의 섬 속의 섬이다. 제주도 > 우도 > 비양도. 길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배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다. 딱히 볼 건 없다. 자전거 탈 겸 들어간 곳 정도.

 

  일출 소원 성취 의자가 있길래, 다른 여행자분께 부탁해서 사진 한 장만 찍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소원도 안 빌었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ㅋㅋ.


지미스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의 원조라는 지미스. 아래는 어제 스완나 언니와 나눈 대화.

 

  나 : 우도 가서 땅콩 아이스크림 먹으려고요.

  스 : 그럼~ 우도 가면 땅콩 아이스크림 꼭 먹어봐야지.

  나 : 그렇게 맛있나요?

  스 : 아니. 한번 먹어봐야 두 번 다시 안 먹어 ^^

  나 : Aㅏ...

 

  그리고 언니의 말은 백 번 맞는 말이었다. 그냥 딱 한번 먹어봐볼 만한 맛이었다. 차라리 땅콩은 빼고 땅콩 가루만 아이스크림에 올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신박한 맛은 아니고, 딱 아이스크림+땅콩 맛이었겠지만.

 

  그래도 자전거 타느라 힘든데, 바다 보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기분은 좋아졌다. 직원분도 친절하셨고.


우도봉

  보트는 잠시 제껴두고 우도봉에 먼저 왔다. 우도봉을 오르는 길은 두 개가 있는데, 나는 왼쪽 길을 타는 바람에 가파른 경사를 따라 우도 등대에 먼저 올라가게 됐다.


우도 등대

  올라가는 게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등대 박물관은 폐쇄돼 있었다. 젠... 장...

 

  그래도 전경이 예뻐서 후회는 없었다.


소머리오름

  소머리오름의 전경은 더 끝내줬다. 우도 전체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바다 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 잘 안 담겨진 듯한데, 숭고미가 느껴지는 뷰였다랄까? 우도 와서 소머리오름을 오른 게 제일 잘한 일이다. 이거 보려고 나중에 우도에 다시 오게 될 것 같다.


검멀레해변

  여기로 내려가면 검멀레 해변이 있다. 뜻이 검은 모래 해변이었을 거다. 왠지 동굴 보트가 점령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차피 보트 타러 온 거니까 상관은 없었다만.

 

  여기도 장관. 크으~


동굴보트

  우도에는 동굴보트랑 올레보트가 있는데, 동굴보트가 원조 같고 예전에 재밌게 탔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이걸로 택했다.

  사람들 후기를 찾아보니, 맨 앞 자리가 재밌다길래 먼저 가서 찜해놨다. 타는 동안 의외로 물은 많이 튀지 않았다.

 

  이날은 파도가 센 날이라 더욱 스릴 넘쳤다. 예전에는 앉아서만 탔던 거 같은데 이번엔 서서 탔다. 사장님의 "일어~~~섯!"하는 구호화 함께 다같이 기립하게 된다ㅋㅋ. 중심 못 잡으면 휘청일 수 있으니까 손잡이도 꽉 잡아야 하고.

  보트 선장님이 설명해주신 우도 전경들! 차례대로 사람 얼굴 앞면, 누워있는 소 모양 (우도 이름의 유래), 해변에 내려가는 중인 도마뱀이다. 사장님과 제일 멀리 떨어져 앉았다 보니까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 아쉬웠다.

 

  인증샷.

 

  어떤 동굴에도 들어가게 되는데, 물이 투명하게 맑아서 물고기도 보이고, 천장에는 달 모양 뭐시기도 있다. 동굴 속 분위기가 으스스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안녕육지사람

  마지막으로 들린 안녕, 육지사람. 이름이 독특하다. 버거 가게인데 직접 만든 땅콩잼에 자신 있는 것 같아 보이셨다.

 

  \흑돼지버거는 좀 실망이었던게, 먹기 불편한 건 수제버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먹고 있는데 '이게 뭔 맛이지?'하는 느낌이었다. 저 땅콩잼이 흑돼지랑 은근히 잘 어울리던데, 차라리 잼을 버거 안에 소스처럼 넣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왜 땅통잼 바른 빵을 따로 분리하셨을까?

 

  감귤톡톡에이드는 달지 않았지만 상큼한 맛이 좋았다. 다음에 오게 되면 버거 말고 수제땅콩잼 토스트를 먹어보고 싶다. 아니면 풍원 가서 한라산 볶음밥 먹든지.


  우도에서 나오자마자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다. 게스트하우스까지 돌아가는 버스도 모르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차량을 타고 돌아가고 있었고, 뚜벅이로 추정되는 여성 한 분만 근처에 계셨다. 슬쩍 다가가거 사정을 설명드리고, 숙소까지 가는 길만 검색해볼 수 있냐고 여쭤봤는데, 표정으로 '알아듣지 못함'을 열심히 표현 중이셨다ㅋㅋㅋㅋ. 영어 할 수 있냐도 여쭤봤는데 그 말 조차 이해를 못하셨는지 핸드폰으로 구글 번역기를 틀어서 내게 주셨다. 한→중 화면이 틀어져 있었다. 구글에다 대고 열심히 내가 하고픈 말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는 충전기가 없어"였다. 구글 대체 번역을 어떻게 한 거야ㅜㅜ. 속으로 10번 쯤 고민하고 용기 내서 Wo xiang qu Airport를 시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다른 행인분이 나타나셨고, 그 분의 도움으로 게스트하우스 근처까지 무사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 내린 후에는 도민 3께 길을 더 여쭤서 집가지 도달할 수 있었다. 도민으로 추정되는 지나가는 아저씨, 파리바게트 사장님, CU사장님. 다들 나의 은인이시다.

  전지 자전거 일주, 소머리 오름, 동굴보트 세 가지가 재밌었고 나머지는 기대 이하였던 우도 여행기. 끝!


우무

  우리 게스트하우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우무가 하나 있다. 우도만 둘러보고 들어가기 아쉬워서 커스터디 푸딩을 하나 사갔다. 제주 해녀가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끓여 만든 푸딩이하고 한다. 게하 스텝 언니의 말에 따르면, 우무가 푸딩의 제주도 사투리이기도 하다던데??

 

  이 조그마한 게 6300원이라니.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근데 눈물 나는 건, 진짜 너~무 맛있어서 또 사먹어야겠다는 것이다. 푸딩을 좋아해서 여기저기서 다양한 푸딩들을 먹어봤지만, 우무는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신선하고도 맛있는 푸딩이었다. 직원분도 너무 살갑고 친절하셨고. 게하에서 5분 거리에서 살 수 있으니 단골될 것 같다. 단지 내 통장이 텅장이 될까봐 두려울 뿐ㅎ.


  게하에 오니 새로 오신 스텝분이 방에서 짐을 풀고 계셨다. 드디어 스텝방이 만실이 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언제나 설레면서도 걱정된다. 첫인상은 맏언니 포스는 찾아볼 수 없는 순딩순딩한 이미지셨다. 나랑 3주 이상은 같이 지내게 될 사이니까 잘 맞았으면 좋겠다.


2020. 10. 05.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