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06. (화)
김녕함바그집
하루의 시작은 점심으로~ 오늘도 혼자 여행하는 날이었다.
크림새우함바그를 시켜봤는데 별로였다. 나 원래 학교 급식도 아무 불만 없이 먹을 만큼 '맛있다'의 기준도 낮고, 웬만해선 아무 음식이나 다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유독 제주도에서는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음식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하여튼, 저 크림소스는 약간 인스턴트 스프 맛이었고, 함바그보다는 밥이랑 더 잘 어울렸다. 그나마 새우는 통실통실하고 맛있어서 좋았다. 3개뿐이었지만.
김녕해수욕장
하얀 모래가 정말 인상 깊었던 김녕해수욕장.
이젠 해수욕장에 와서 발을 안 담글 수가 없다. 햇빛 쨍쨍한 날에 바다에 발 담가버리는 맛을 알아버렸다. 너무 시원하고 좋다.
만장굴
실컷 바다를 즐기고 난 뒤에는 만장굴에 갔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갔던 곳인데, 돌이켜보면 정말 가기 잘했던 곳!
게다가 청년 할인이 있어서 성인 가격의 반값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인증 가능했다.
처음에 등러가면 화산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생각보다 빨간 용암 조명이 밝지 않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잘 보이네.
만장굴은 용암이 침하하면서 생성된 천연 동굴이다. 여기에는 '용암이 어떤 활동을 통해' '어떤 지형을 생성'했는지 쉽게 관찰할 수 있고 설명도 잘 해 놔서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었다. 중학교 과학 탐방 시간 같은 느낌이었달까.
용암의 수위가 점점 낮아지며 생긴 용암유선.
굳은 용암 위로 천장에서 떨어진 돌, 낙반.
떨어진 낙반이 용암과 함께 흐르다가 같이 굳어지며 만들어진 용암표석.
제주도의 기반을 이루는 규암이 용암과 함께 굳어진 규암편.
만장굴의 상징, 거북바위! 용암과 함께 흐르다가 굳은 게 아니라, 떨어진 후 여기에 용암이 붙어 굳으면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용암표석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동굴벽의 용암유선과 거북바위의 용암유선 높이가 같다. 당연한 거지만, 왠지 신기했다.
뜨거운 용암에 의해, 천장이나 벽면이 녹아 흐르면서 만들어진 용암유석.
천장에서 바닥으로 흐른 용암이 굳어 쌓이면서 만들어진 용암 석주. 화려한 조명을 쏴주는데, 색이 다양하다.
천장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하고, 바닥에 물 고인 곳도 많다. 다음에는 예쁜 옷 말고 젖어도 되는 옷 입고 와야겠다. 내부가 엄청 어두운데 안내방송에서 말하길 정전이 일어날 경우 1분 배로 불이 다시 들어오니 당황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한다. '저기서 정정되면 그대로 공포체험 되는 건데...' 내 앞에 혼자 여행 온 외국인 여성분이 계셨는데, 저 안내 듣고 혹시 몰라서 그 분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불 꺼지면 일당 뭉쳐야겠다는 생각으로ㅎㅎ.
제주김녕미로공원
문 닫기 1시간 전에 김녕미로공원에 갔다. 입장마감 시간 딱 맞춰 간 것이다.
사실상 제한 시간 50분이 걸려있었고, 마침 휴대폰 배터리가 3%라 곧 꺼질 위기였다. 심지어 해도 저물고 있었다. 여기서 '해맴'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길도 잃고, 혼자 남겨지면 정말 집에도 못 돌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도 피고, 스탬프 6개 쾅쾅쾅쾅쾅쾅 찍고, 바로 도착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ㅋㅋ.
여유가 있었더라면 즐기면서 다녔을 텐데ㅎ.
즐기지 못하고 진짜 빡쳤었다...
결국 어찌저찌 제 시간 내에 탈출하긴 했다. 스탬프도 다 섭렵하고.
탈출 기념으로 받은 스티커랑 간식.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다시 와서 즐겨야겠다.
이 미로의 설계자분 묘도 여기 있다. 미국인인데,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교육학과 동아시아 문학을 전공한 후, 제주도레서 관광학 교수로 재직하셨다고 한다. 식물을 좋아해서 이 미로를 설계하셨다고 한다. 한국에 애정이 정말 많은 분이셨나보다.
※ 아래는 정답 스포 ※
나는 이대로 탈출했다. 이 외에도 하나 더 있긴 하다.
버스정류장까지 택시 타고 가는 길에 라디오를 듣게됐는데, 오프닝 멘트가 너무 와 닿았다.
자스민차를 마실 때에는
찻물이 적당히 우러났을 때
거둬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당히 걷어 내야 하는 것이 있고
때를 놓치지 않고 버려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적절할 때 거두어야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관심이 간섭이 되지 않게
그리움이 집착이 되지 않게
조언이 지적이 되지 않게
자스민을 건져내야 하는 타임처럼
넘어서지 않아야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가설 때와 물러날 때만 알아도
인생이 수월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새벽 1시에 재방송 들으면서 옮겨 적을 정도로 너무 공감이 됐다. 내 인생 최대 목표랑 결이 닮기도 했고, 가장 최근에 후회한 일이랑 관련 있기도 해서ㅎㅎ.
탐라문화공원
동문 시장에서 흑돼지또띠아를 사 들고 탐라문화공원에 갔다. 20시부터 분수쇼를 한다길래 기다리던 중 이상한 사이비에게 잡혀버렸다ㅜ. 음료수 하나 주고 빠져나오긴 했는데, 삥 뜯긴 느낌이다... 하...
분수쇼는 대실망이었다. "앗 여기가 제주도인가?"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악마가 나타나서 이곳을 탈출해야 하는 이야기다. 뭐라고 말하는지 하나도 안 들릴 정도로 작은 방송 소리에, 대사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물줄기들과 조명까지. 옆에서 구경하던 할아버지들도 어이가 없으셨는지 피식피식하며 웃으셨다. 차라리 삐까뻔쩍한 조명이랑 물줄기 타이밍을 이용해서 리듬 분수를 하는 게 백번 낫겠다. 마지막 <Dancing Queen>은 볼 만했다.
산지천 따라 걷는 게 분수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2020. 10. 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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